구글포토: 제국의 역습

얼마 전까지 나를 괴롭히는 일이 하나 있었다. 그것은 바로 “사진 정리”.

사실 우리 부부는 사진 촬영에 그닥 적극적이지 않았다. 어디 놀러가거나 맛있는 음식 앞에 두고 몇 장 찍고 이내 놀고 먹는데 더 열중했던 커플인지라. 하지만 5년이 넘는 기간 동안 꾸준하게 찍어서 남기다 보니 어느샌가 2만장이 넘는 거대한 사진파일들을 보유하게 되었다.

꾸미기_사진개수
사진만 약 30GB..

상황이 이렇다 보니 보관이 관건인데, 일단 한국에 있을때 사용했던 건 네이버 N드라이브(현재는 네이버 클라우드)였다. 머 딱히 마음에 들지 않았지만, 그냥 네이버 매일 쓰니까, 공짜니까 아무 생각 없이 썼던 것 같다.

꾸미기_네이버 클라우드
네이버 클라우드 메인 페이지, 출처: 네이버

근데 문제는, 네이버 클라우드는 여러 측면에서 참 불편했다. 1)인터넷 환경이 좋더라도 이유를 알 수 없는 로딩의 버벅댐, 2)충분히 더 간단하고 직관적으로 해도 될 것 같은데, 원하는 사진을 찾기 힘든 수수께끼의 UI, 3)업로드할때의 수많은 오류와 응답없음 등의 에러로 인한 혈압 상승 등 많은 문제점을 내포하고 있었다. (그로 인해 중복사진이 꽤 많았었다.)

따라서 거국적으로 사진 보관 서비스를 다른 데서 받기로 했다. 아마존, 네이버, 각종 클라우드 및 사진 백업 서비스 업체들의 상품들을 비교 했으나 결론은 구글 포토. 이전에는 google +, 피카사 등 다소 간접적으로 사진 백업 서비스를 했었는데, 용량 제공이 너무 작아서 크게 흥행하지는 못했던 것으로 기억한다. 특히 피카사의 경우 얼굴인식 기능 및 자동카테고리 생성으로 주목 받았었는데, 역시 용량의 압박때문에 판도를 뒤집지는 못했던 것 같다.

확실치는 않지만 올 5월인가 서비스를 내놓은 것 같은데, 말로만 듣고 그냥 흘렸었지만 막상 구글 포토를 찾아 들어가보니 이거 완전 대박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그림2
출처: 구글포토

사실 사진 관리는 디카, 폰카가 만들어지면서 필연적으로 생겨난 서비스 범주이고, 이러한 사진 관리를 위한 클라우드 서비스 또한 어제 오늘 얘기는 아니다. 기존에 많은 업체들이 서비스를 해왔지만, 뭔가 아쉽고 부족한 면들이 있었는데 이번 구글이 내놓은 구글포토 서비스는 용량의 압박, 직관적UI, 적극적인 컨텐츠 재가공 assist 등 기존에 단점으로 지적되었던 부분들을 잘 보완했다고 생각한다. 가장 전통적이면서도 일반적인 개인 기록물 중 하나인 사진에 대해서도 구글이 강력한 서비스를 바탕으로 승부를 걸어보는 것 같다는 느낌이다.

1)용량 사실상 무제한.

1600만 화소 이내의 사진들은 아무리 많은 사진을 저장하더라도 무제한 용량을 제공한다. 그 용량 이상 넘어가는 사진들은 원본을 저장할 경우 구글 드라이브의 용량을 sharing하거나, 아니면 1600만 화소 정도의 사진으로 리사이징해서 자동 저장하도록 옵션 선택을 할 수 있다. 사실, 폰이나 디카로 찍는 웬만한 사진은 1600만 화소(해상도 기준 4000*4000)를 넘기 힘들다. 따라서 사실상 무제한으로 봐도 무관.

사본 -그림1
구글 포토 백업 프로그램 설정 화면

2)업로드 편리.

쉽다. 스마트폰, 태블릿으로는 어플을 다운받고, pc로는 웹에서 클라이언트 다운 받아서 설치하면 해당 디바이스에 있는 사진, 동영상을 구글 포토 계정 하나로 모으기 시작한다. 업로드 하는 동안 난 굳이 신경안쓰고 다른 일을 할 수 있다. 다만 서비스 시작한지 얼마 안되서 그런가, 아니면 내가 한꺼번에 사진을 많이 백업해서 그런지 모르겠지만, 업로드 실패한 사진 파일들이 생길 때가 있다. 하지만, 그것도 문제가 안되는게 1차로 업로드가 다 되고 나면, 실패한 파일들 목록이 뜨는데 간단하게 retry 버튼만 누르면 알아서 다시 올린다. 결국 큰 어려움 없이 다 올릴 수 있었다.

특히, 여기서 중요한 건 중복사진을 알아서 날려준다는 점이다. 실험을 해보려고 같은 사진을 이름만 달리해서 올려보았다. 역시…중복이 된다고 판단했는지 알아서 삭제해주는 센스. 소름이 동시에 돋았다.

3)강력한 sorting 능력

저장된 사진과 영상들은 알아서 범주화 된다. 네이버클라우드가 날짜, 장소(?) 정도로 카테고리를 짜는 것과 달리, 구글포토는 사진을 통째로 인식하고 분석해 시간 장소는 물론이요, 인물(누가누군지 알아보고), 요리(음식은 따로 분류), 심지어 애완동물은 종류별로 나눠주는 센스를 자랑한다. 그전엔 내가 일일이 폴더 만들어, 날짜 쳐넣어, 그안에 사진 우르르 집어넣어 했었는데, 이런 노가다 삽질이 이젠 더 이상 필요없게 되었다.

4)Assistant

이게 바로 머신러닝인가 생각이 든다. 구글 AI가 내 사진들에 접근해 알아서 GIF 이미지를 만들어주고, 추억돋는 동영상을 제작해주며, 여러 비슷한 사진들을 자르고 붙여서 근사한 파노라마 사진을 만들어준다. 거의 2만장 가까운 사진을 업로드 했는데, 지금도 계속 assistant가 내 사진을 어떻게 하면 재밌게 볼 수 있을지 연구하고 가공해서 보여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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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글 포토 assistant가 만들어준 움짤 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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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글 assistant 가 비슷한 배경사진 여러 장을 자동으로 이어붙여서 만든 파노라마 사진

 

한마디로 굉장히 신기하다. 기계로 하여금 알아서 학습하게 하고 연구해서 결과를 내놓도록 하는 것. 구글 포토에서는 이러한 기능이 사진과 동영상을 더 재미있게 가공하고 합성하도록 강력하게 구현되어 있었다. 단조로운 패턴의 사진들과 군더더기 많은 동영상들 속에서 컨텐츠를 재미있게 즐길 수 있도록 도와주는 기능들이 굉장히 마음에 들었다.

 

구글포토를 쓰면서 그동안 큰일도 아니면서 은근히 나를 신경쓰이게 했던 사진 관리에 대한 고민들을 한방에 해결할 수 있게 되었다. 난 구글 포토를 내가 가진 모든 IT디바이스에 깔아놓았다. 사진은 이제 한곳에 모이게 될 것이고, 내가 가진 rawdata를 기반으로 알아서 편집된 재밌는 컨텐츠들을 인스타나 페북에 좀 더 쉽고 간편하게 사용할 수 있을 것으로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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